同心
문성해
아직 꽃대도 내밀지 않은
목련나무 아래였습니다
아이를 업고
꽃보다 먼저 핀 내 마음이
환하게 내달아
가지마다 거짓부렁 꽃을 매달게 했는데요
등에서 칭얼대는 소리에
목련이다, 목련,
어르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곶감 먹은 듯 잠잠한데요
곰곰이 나무를 올려다보니
가지들도
혹부리 같은 꽃대 하나씩을
들춰 업었는데요
한 가지 재주하기 전
꼭 아픈 우리 아이처럼
보송보송한 포대기에 쌓인 고것들
꽃 피려고 호되게 앓는 중인데요
내 꺼칠한 나무등걸 같은 등을 베고
이쁜 꽃망울 닮은 아이 하나
칭얼대구요
제 아이인 줄 알고
화들짝 깬 나뭇가지들
알았다, 알았다고,
굽어진 등을 흔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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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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