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에 관하여
권혁웅
이곳에는 너무 많은 당신이 있다 지하철이 금호를 지날 즈음 비스듬히 앉아서 제 중심을 나와 나누는 사람, 당신은 내게 너무 무겁다 나란히 앉아 해탈한 자들처럼 고개 끄덕이는 이들, 그들의 몸은 그들에게도 너무 무겁다 힘겹게 제가 그은 반 원 안에 챙겨넣는 머리들,
옥수에 오자 지하철은 다리를 건넌다 지하를 전전하던 生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되리라 당신에게도 언젠가는 안식이 있으리라 경로석에 앉아, 나는 당신을 향해 있으니, 외면하라 당신이 나를 외면하라… 떠밀려 오는 당신이 나는 힘겹다
그러나 흘러가는 것은 당신의 힘인가? 당신은 이곳의 드난살이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곳에는 너무 많은 당신이 있어, 우리의 입김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서로 얽힌다 우리도 이같이 얽혀… 를 생각할 즈음 지하철은 압구정에 와서, 다시 지하로 들어간다 이 역은 승강장과 출입문 사이가 넓어 발이 빠질 염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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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으로 등단.
저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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