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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시 와 글

김언희 / 트렁크

by 솔 체 2017. 9. 20.

트렁크

김언희




이 가죽 트렁크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지퍼를 열면
몸뚱어리 전체가 아가리가 되어 벌어지는

수취거부로
반송되어져 온

토막난 추억이 비닐에 싸인 채 쑤셔박혀 있는, 이렇게

코를 찌르는, 이렇게
엽기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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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1989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1995년 시집 『트렁크』, 2000년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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