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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시 와 글

공광규 / 소주병

by 솔 체 2017. 9. 3.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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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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