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정철훈
내 처의 고향은 가지 못하는 땅
함흥하고도 성천강 물맞이 계곡
낙향하여 몇 해라도 살아보재도
내 처의 고향은 닿지 못하는 땅
그곳은 청진으로 해삼위로 갈 수가 있어
싸구려 소주를 마시는 주막이 거기 있었다
솔개가 치운 허공에 얼어붙은 채
북으로 더 북으로 뻗치는 산맥을 염원하던 땅
단고기를 듬성 썰던 통나무 도마가 거기 있었다
등짝짐에 철모르는 아이를 묶고
우쑤리로 니꼴스끄로 떠나갈 때
바람도 서러운 방향으로 휘몰아치고
젊은 장인이 불알 두쪽에
맨주먹을 흔들며 내려오던 땅
울타리콩이 새끼를 치고
홀로 국경을 지키는 오랑캐꽃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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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훈 1959년 광주 출생. 국민대 및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 졸업. 1997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백야」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살고 싶은 아침』『개 같은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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