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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시 와 글

정철훈 / 북방

by 솔 체 2017. 8. 24.

북방

정철훈



내 처의 고향은 가지 못하는 땅

함흥하고도 성천강 물맞이 계곡

낙향하여 몇 해라도 살아보재도

내 처의 고향은 닿지 못하는 땅

그곳은 청진으로 해삼위로 갈 수가 있어

싸구려 소주를 마시는 주막이 거기 있었다

솔개가 치운 허공에 얼어붙은 채

북으로 더 북으로 뻗치는 산맥을 염원하던 땅

단고기를 듬성 썰던 통나무 도마가 거기 있었다

등짝짐에 철모르는 아이를 묶고

우쑤리로 니꼴스끄로 떠나갈 때

바람도 서러운 방향으로 휘몰아치고

젊은 장인이 불알 두쪽에

맨주먹을 흔들며 내려오던 땅

울타리콩이 새끼를 치고

홀로 국경을 지키는 오랑캐꽃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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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훈 1959년 광주 출생. 국민대 및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 졸업. 1997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백야」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살고 싶은 아침』『개 같은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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