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의 「인공호흡」감상 / 권혁웅
인공호흡
김이듬(1969~ )
늙은 해녀와 술을 마시며
누가 만지면 제 몸을 잘라버리는 해삼 이야기를
해삼에 물회를 씹으며 듣는다
멀리 사지 비틀며 키스를 나누는 연인이 보인다
숙소로 기어올라와 나는 수족관에서 뻐끔거리던 생선처럼
머리를 비스듬히 눕힌다 숨이 가빠진다
인공호흡기가 절실한 중환자 하나 내 안에서 헐떡거린다
생채기 도려내고 촉수와 말단을 끊었으니 영혼은 어디로 들어오나
미역 줄기처럼 넘실거리는 머리칼을 물속에서 끌어당겨
누가 내 입술에 숨을 불어넣어주면 좋을 텐데
누가 만져주면 잘라낸 것들이 생겨날 것 같은데
난 속옷도 입을 새 없이 빠져나와
철 지난 해변의 저녁을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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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해삼에 빗대서 그린 자화상은 처음 보았다. 아휴, 징그러워라. 색깔은 또 어떻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해삼만큼 간절한 혀도 없다. 다른 혀와 만나면 내 혀는 내게서 떨어져 나와 (“제 몸을 잘라”) 그에게 와락 달려들 것이다. 이를테면 “사지 비틀며 키스를 나누는 연인”은 온몸이 해삼이 된 사람들이다. 나는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구조대원이 다가와 마우스 투 마우스 법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내게로 와서 미역 줄기를 거둬내고 해삼을 찾듯, 내 긴 머리칼을 가르며 입맞춰 주었으면. 이 시인의 노골적인 솔직함에 매료된 지 오래다. 뼈가 다 보인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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