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3
-우황에 대하여-
최창균
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눌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 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도
골수까지 사무친 막부림당한 삶
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소
저처럼 절벽울음 우는 사람 있다
우황 들게 가슴 치는 사람 있다
코뚜레 꿰고 멍에 씌워 채찍 들고서
막무가내 뜻을 이루려는 자가 많을수록
우황 덩어리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많다
우황 주머니 가슴에 없는 사람
우엉우엉 우는 소리 귀담지 못한다
이 세상 소리내어 우엉우엉 울지 못한다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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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균(崔昌均)은 1960년 경기도 일산에서 태어났고, 1988년 『현대시학』에 「벼랑에서」외 1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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