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 푸슈킨, 릴케, etc.
성기완
단지 생활을 이유로 그대가 남들을 속일지라도
생활은 여전히 그대를 속일지니
슬퍼하지는 말고
그대와 전혀 상관없는 별이 저 높이 빛날지라도
그 별은 그대처럼 정해진 별자리에 붙들려
수억년을 공전하고 있을지니
슬퍼하지는 말고
묘비에 쓰여진 "장미여!"가 권태롭게 뛰는
그대의 맥박보다 더 붉을지라도
손목을 꾾지는 말고
여전히 묘비는 손톱만큼도 표정을 바꾸지 않을지니
슬퍼하지는 말고
새벽 두 시의 편의점에서 황토색 국물을 마시며
바글바글 붐비는 인파의 눈초리, 눈초리
그들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니
여전히 슬퍼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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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 1967년 출생. 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재즈비평가로서 문화무크지 <이다>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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