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 산신각에서
시 / 서봉교
음력 유월 초아흐레 손 없는 날
일찌감치 법흥사 산신각에 오르는데
살생을 하지 말라던 부처님 말씀을 뒤로하고
풀 깎는 인부들 예취기의 요란한 독경 소리에
맥없이 잘려 나가는 풀들의 주검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약사여래전에 드는 데
사자산 벼랑 틈에서 메아리로 들려오는
부처님 말씀
중생아, 중생아,
이 어리석은 중생아
그게 다 업이고 업일지니
너는 그냥 절만하고 가라고
그러시는데
그러시는데
'좋 은 시 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현승 / 그 집 앞 능소화 (0) | 2018.06.03 |
---|---|
성기완 / 날티 - 푸슈킨, 릴케, etc. (0) | 2018.05.17 |
최창균 / 소 3 (0) | 2018.04.19 |
이 원 / 오토바이 (0) | 2018.04.05 |
장경린 / 그게 언제였더라 (0) | 2018.03.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