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제는 비
좋 은 시 와 글

법흥사 산신각에서/ 서봉교

by 솔 체 2020. 2. 23.

법흥사 산신각에서


                  시 / 서봉교


음력 유월 초아흐레 손 없는 날

일찌감치 법흥사 산신각에 오르는데

살생을 하지 말라던 부처님 말씀을 뒤로하고

풀 깎는 인부들 예취기의 요란한 독경 소리에

맥없이 잘려 나가는 풀들의 주검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약사여래전에 드는 데

사자산 벼랑 틈에서 메아리로 들려오는

부처님 말씀

중생아, 중생아,

이 어리석은 중생아

그게 다 업이고 업일지니

너는 그냥 절만하고 가라고


그러시는데

그러시는데

'좋 은 시 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현승 / 그 집 앞 능소화   (0) 2018.06.03
성기완 / 날티 - 푸슈킨, 릴케, etc.   (0) 2018.05.17
최창균 / 소 3   (0) 2018.04.19
이 원 / 오토바이   (0) 2018.04.05
장경린 / 그게 언제였더라   (0) 2018.03.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