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이
황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멩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뼛골이 부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뼛골이 부서지게 일을 해서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일가친척 하나 없는 아이야
혈혈단신의 아이야
너무 외롭다고 해서
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 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
'기억 속 명시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산사 가는 길 1 / 유경환 (0) | 2019.08.13 |
---|---|
적소(謫所)에서 2 / 강계순 (0) | 2019.08.13 |
가을 이미지 / 조영서 (0) | 2019.08.13 |
용인(龍仁) 지나는 길에 / 민영 (0) | 2019.08.13 |
낙동강 하구에서 / 허만하 (0) | 2019.08.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