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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자작시

곤줄박이네 집

by 솔 체 2014. 8. 30.




 



곤줄박이네 집


          글 / 솔체 김희정
    ... 바스락... 바스락.. 아침 설겆이가 끝난 뒤 행주를 삶으려는데 무슨 소리가 들린다 환기구 소리에 잘 들을 수 가 없어 전원을 끄고 자세히 들어 보려고 귀를 세웠다 .. 바스락.. 바스락... 이런~ 어느새 쥐가 들어 왔나.. 옆지기에게 쥐가 들어온 것 같다고 소리를 친 후, 문을 닫고 쥐를 찾으니 쥐의 흔적은 어디에고 없다. 또 다시 .. 바스락 .. 바스락.... 둘이는 있는데로 숨소리 까지 죽이고 소리 나는 곳을 찾으니 환기구 속에서 나는 것 같았다. 환기구 속에 쥐가...? 신을 끌며 밖으로 나가서 살피려는데 화급한 새소리가 자지러질듯 등 뒤에서 나며 눈앞을 가로 질러 몇번을 위협하듯 날른다 아~ 새가 알을 낳았나 보네.. 그제야 옆지기의 몸짓이 작아지며 조심스레 환기구의 연통을 드려다 보는데 새는 붉은 가슴을 헐떡이며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여차하면 공격할 태세이다. 이런~ 알을 낳았네.. 환풍기 틀지마... 당분간 ~ 조용하고 살기 좋은 산 속을 두고 따듯한 곳을 찾아 들어 왔는가... 곤줄박이는 음식 냄새와 기름에 절은 환기구 속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다섯개나 낳아 두고 두 부부가 번갈아 품으며 알을 품고 있는 제 짝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중이였다. 어쩌나.... 알을 깨고 다 자랄 때 까지 음식 냄새는 고스란히 집안에 가득 하겠네... 옆지기와 마주 보며 황당한 웃음을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행운의 징조인냥 마음은 포근하고 뿌듯했다. 오늘 아침도 알을 깨고 나온 새끼들의 짹짹이는 소리를 들으며 곤줄박이 일가의 집 밑. 가스렌지 위 새 집에서 떨어진 지프라기와 부스러기들을 닦아낸다 환기구 앞에는 나뭇가지에 앉아 주위를 살피며 분주히 먹이를 물고 집으로 들어 가려는 순간의 곤줄박이가 꽃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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