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당선작
표류 / 박창호
가을 햇살 모래알을 쪼는 강가
탁류를 흐르던 부유물의 몸짓이 멈추었다
한 아낙의 삶의 노래였던 찌그러진 플라스틱 바가지
어느 촌노의 허리춤에서 동전을 세던 가죽 지갑
고사리손 놓고 소리를 묻어버린 아크릴 딸랑이
저마다의 이름을 잊은 채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쓰레기, 쓰레기들
끝내 바다에 닿을 수 없었던 온갖 이야기들이
완성에 이르지 못한 내 원고처럼 가만히 엎드린다
쌈지이거나 딸랑이거나 바가지거나
어느 가슴 썩어 문드러진
처음부터 부유하지 못할 쓰레기였거나
쥐고 잠든 아기의 노리개 같던 노래들
반쯤 묻힌 눈빛에서 여러 번 표류한 흔적이 보인다
장마가 끝나고 가을 태풍도 지나가고
바람의 무게가 산허리를 휘감는 이 계절에
어느 골짜기 굽이돌아 길잡이로 떠나 보나
낙엽 지고, 눈 내리고, 꽃피는 봄을 건너
몇 번을 더 눈물 쏟아야 저 넓은 바다를 안아 보나
멀고 험한 길, 끝내 이르지 못하고
잡초 우거져 쓸모없는 어둔 강 돌무덤이 된다 해도
땅거미 입에 문, 어쩌다 물새 한 마리 날아들고
풀벌레 숨어들어 자작자작 속울음 우는
그래, 작은 언덕으로 살아도 좋겠다
---------------
* 본 당선작은 한국문인협회 기관지인 <월간문학> 신인상과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신 인 문 학 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58회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당선작 발표 (0) | 2014.10.26 |
|---|---|
| 제2회 〈시와 상상〉신인상공모 당선작 / 송은영 (0) | 2014.10.25 |
| 2007 〈시와 시학〉포엠토피아 신인상 당선작 / 고 선 (0) | 2014.10.24 |
| 2007년 시와 시학 가을문예 당선작 (0) | 2014.10.24 |
| 2007 제7회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시 당선작 (0) | 2014.10.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