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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 문 학 상

제2회 〈시와 상상〉신인상공모 당선작 / 송은영

by 솔 체 2014. 10. 25.

제2회 〈시와 상상〉신인상공모 당선작 / 송은영



< 춤추는 거미 >



녀석의 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불가항력의 길고 검은 다리를 어슬렁거리며
독설을 퍼붓는데
능수능란한 늪이다

정중앙에 소실점을 찍고
걸리면 절대로 빠져 나갈 수 없게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위장하여 울타리를 친다

허방에 포박된 약자들이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듯
녀석 특유의 앙팡지고
끈적한 당당함에
사람들은 제물이 된다

호기심을 무기삼아
사시사철 참을 수 없는 순간을 급습하는
초강력 거미줄은
늘 신선한 사냥감을 향해 미친듯이 발사된다
탕. 쩍





< 고래 >




트럭에서 고래가 내려온다
남태평양을 향해 울었는지
눈 밑에 마스카라가 번져
새끼들이 떠난 자궁까지 검붉다
몸 전체를 꽁꽁 묶은 바코드 자국
사람들이 몰려오고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심해로 줄줄 흐르던 혈관이
한 순간 파편처럼 튀어 분수가 된다
어판장 위로 햇빛이 쏟아져
고래의 양 지느러미가
곱게 돋아난 무지개빛 날개처럼 보인다
잠시 눈물 속을 유영하던
추억이라도 떠올리는 건가
고래의 몸이 환하게 열리고
캄캄한 바닷물이 천둥소리를 내며
비루한 잠을 깨운다
죽음을 거쳐 간 시간이
수초처럼 흔들린다
껍질 벗은 상처는 좋아라, 뛰어다니고
번식이 끝난 고래는
몇 안 남은 공기를 정성껏 마시며
짧은 제 생을 묵념하고 있다




< 서기2000년 선녀 >



아이 두 명 키울 때까진 날개옷 입지 않겠다던
나무꾼과의 약속을 뼈저리게 되새기며
푸른 정기를 받아 몰래 비상을 꿈꾼다
나는 선녀였을까? 제법 실한 생활의 잔뿌리
해 거듭될수록 모양새가 갖추어진다
나무꾼의 외마디에 마주 소리를 지르고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며 시간을 때운다
눈 밑의 기미를 분첩으로 치며
또래 아줌마들 모임에 나가
한나절 허영을 떨기도 한다 그 사이
보일러가 자동으로 데워져 방이 후끈거린다
중독처럼 인터넷을 켜고 날개옷을 뒤진다
형편에 맞춰 배달된 옷
각종 카드 명세서 위로 김치 국물이 떨어진다
마이너스 통장이 참외 배꼽처럼 마중 나와
배달된 옷이 문득 초라해 보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나무꾼의 불호령을
날개옷과 맞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밀린 세금 고지서가 눈처럼 쌓여 아파트 입구를 가린다
알고 보니 나의 높으신 하느님 아버지가
나를 신용불량자로 마냥 돌려 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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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영 / 1969년 포항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현 방과후 초등학생 글쓰기 논술 지도.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 심사평

이은봉(시인. 광주대 교수)

시를 가리켜 흔히 압축과 응축의 형식이라고 한다. 언어를 그만큼 밀도있게 사용하는 것이 시라는 뜻이리라. 밀도 높은 언어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시에는 당연히 삶 일반의 지혜나 진실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지혜나 진실이 압축되고 응축되어 있는 것이 언어의 보석인 시이다

제 2회<시와 상상> 신인상 응모작은 그다지 풍성하지 않았다. 작품의 양도 많지 않았지만 작품의 수준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응모작을 여러 번 검토한 끝에 우리 시단과<시와 상상>미래를 위해 두 사람의 신인을 배출하기로 했다.

송은영과 황순옥이 그들이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에는 적잖은 숙고가 있었다.
송은영의 응모작 중에는'춤추는 거미'와 '고래''서기 2000년 선녀'가 돋보였고, 황순옥의 시 응모작 중에는 '아름다운 것들' '조문''봄의 유혹'이 돋보였다. 전자는 상상력은 뛰어났지만 구체적인 묘사력이 떨어져 보였고, 후자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섬세했지만 서정의 결이 낡아보였다. 미흡한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오랜 번민 끝에 이들 두 사람의 예의 작품을 뽑아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두 분 당선자는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잘 알리라고 믿는다. 더욱 정진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 오세영(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박명용(시인, 전 대전대 교수) 이은봉(시인,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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