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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김경주의 '우주로 날아가는 방 2' 감상 / 허수경

by 솔 체 2015. 1. 27.

김경주의 '우주로 날아가는 방 2' 감상 / 허수경

우주로 날아가는 방 2
――― 새와 휘파람

김경주



밤이 되자 빨랫줄에 앉은 새들이 검은 물을 토하기 시작한다

말더듬이 소년이 지붕 위에 올라가 휘파람을 분다 새가 허공에 남기고 간 발자국들이 바람에 조용히 부서진다 휘파람이 날아간다는 것은 제 영혼의 양떼들이 계절을 옮겨 날아간다는 거 밤에 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이 부는 휘파람은 들리지 않는다 새들이 물고 날아가기 때문이다

옥상에 널어놓은 이불 속에서 터진 솜들이 양의 내장처럼 흘러나와 있다 흰 솜을 뚫고 나온 수백 마리 미색의 벌레들이 밤하늘로 탈빛한다 아버지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마라 내 양들이 눈물을 흘리잖니 그렇지만 아버지 그건 아버지의 양이에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봄이면 제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털다가 사라져가는 나비처럼

새가 죽은 나비를 물고 산방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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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시인이 낸 여행집 <패스포트>를 읽다가 러시아의 어느 기차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시인의 커다란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에요.” 그러면 다른 이들이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내 양들이 눈물을 흘리잖니.”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 안에서 고단한 나그네로 몇 밤을 보낸 적이 있는가? 대륙의 기차는 사라져 갔던 것, 사라져 갈 것들 사이에서 우리들의 삶이 놓여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때 차창으로 바라보는 망망한 들판이나 검은 숲이나 호수나 하는 풍광들은 상처 있는 세월처럼 착찹하게 가라앉아 있다.

아침이 오는 기차 안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울컥, 떠오르는 두고 온 어떤 얼굴…, 바로 당신. 당신이 일자리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나그네인 우리 모두는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를 타는지도 모른다, ‘영혼의 양떼’를 데리고 말이다.


허수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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