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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산의 '쇄골절흔'에 대한 평설 / 김신영

by 솔 체 2015. 1. 27.

이미산의 '쇄골절흔'에 대한 평설 / 김신영

쇄골절흔
―소유란 구체화된 자유이다*

이미산



행위를 끝낸 사내가 여자의 쇄골절흔을 가리킨다
이곳은 내 것이요**
사내의 검지 끝에 힘이 실린다 간절해진다 내 것!
따끈하다 말랑말랑하다 나와 내 것 사이
가까울수록 좋다 만져보고 찔러보고 냄새 맡는
다가갈수록 그러나 멀어진다 멀리서 웃는다
검지에 자꾸 힘이 실린다 따끈따끈한 말랑말랑한
숨쉬는 것, 관계의 중심, 나란히 누운
두 개의 몸뚱어리, 말이 없는 내 몸 네 몸
내 마음 네 마음, 내 것은 식을 줄 모르는
신념이다 간절하고 간절하여 가늠할 수 없는
깊이다 팔딱거리는 현실이다
네 안에 숨쉬는 검지 마디만큼의 수많은 내 것들,
복사빛 볼에 멈추어 있는 설렘
연고를 묻혀 상처를 문지를 때 전신을 관통하던 그 지점
저기, 저어기, 불확실한 운명을 향해 가던 언덕길, 그때 주고받은 가쁜 호흡의 동맹
수백 개의 바늘에 평생을 찔리며 한 방울 피 맛에 중독되어 가는
그 작고 여린 흔들림, 지루한 울음 마비시키는 지독한 향기
검지 끝에 와 닿는 따끈따끈한, 부분이며 전체인
이상한 그림자 두렵고 두려운
그러니 울타리를 쳐야지 작은 문패라도 달아야지
이곳만은 내 것이오, 그래 부디
내 것, 한없이 사소한


―――
* 헨리 밀러 「북회귀선」에서
**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중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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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를 부르다 / 김 신영
―《현대시》2009년 2월호,「현대시작품상 추천작을 읽고」



인체의 신비는 뼈의 연결과 거기에 붙은 살이 너무나 절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데에도 그 신비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긴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육체를 관능의 대상으로 탐닉하는 우리들은 아름다운 육체를 만나면 강한 소유욕을 드러낸다 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소유를 부른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기에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또한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미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미적인 것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더욱 깊은 골을 드러내면서 아름다움에 빠져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미산의 「쇄골절흔」이란 시에서는 미에 대한 개념을 '쇄골절흔'을 통해서 상기시키고 있다. 쇄골절흔이 드러난 여성의 몸매는 유연한 살의 선과 딱딱한 뼈를 살짝 드러내면서 아름다움을 가미시킨다 할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바로 쇄골절흔이며 이 쇄골절흔이 사랑의 표현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이미산의 시이다. 쇄골절흔을 보면서 이미산의 시에서 미적 가치를 느끼며 그에 빠져 자신의 소유를 쇄골절흔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 나타나는 사랑에 대한 소유욕은 쇄골절흔의 빼어난 아름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소유욕이라 할 것이다. 목걸이를 하였을 때 중앙에 위치한 쇄골절흔은 영화에서는 '알마시해협'으로 표현되어 소유욕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행위를 끝낸 사내가 여자의 쇄골절흔을 가리킨다
이곳은 내 것이요
사내의 검지 끝에 힘이 실린다 간절해진다 내 것!
따끈하다 말랑말랑하다 나와 내 것 사이
가까울수록 좋다 만져보고 찔러보고 냄새 맡는
다가갈수록 그러나 멀어진다 멀리서 웃는다
…(중략)…
그러니 울타리를 쳐야지 작은 문패라도 달아야지
이곳만은 내 것이오, 그래 부디
내 것, 한없이 사소한
―이미산, 「쇄골절흔」부분(《현대시》, 1월호)


소유를 말하는 많은 욕구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잡아두려는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법정은 무소유를 설파하였으나 속세인들은 소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양상을 드러낸다. 우리의 소유라는 것은 사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집을,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우리의 전 인생을 바치는 것이다. 멋진 자동차와 고가의 핸드백, 그리고 고가의 의상을 위해서 한 달치 월급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때도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의 현실적인 외형이다.
법정은 난을 키우면서 솟아나는 욕망들에 경계를 드러내면서 인생 자체가 무아(無我)이므로 우리의 소유라는 것은 어차피 무소유(無所有)임을 말한다. 사물이나 사람에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이며,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무소유이다. 이미산은 「쇄골절흔」에서 '이곳은 내 것이요'라고 외치는 남성을 표상화하였다. 자신의 몸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지칭하여 소유욕을 드러낸 그는 남의 것에 애써 울타리를 치고 문패를 달아 '내 것'의 영역을 표시하고자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 여겨지는 것에 '내 것'을 명명한다. 이로써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울타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소유지족(所有知足)'으로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는 인생이라면 누구든 울타리를 치고 문패를 달아 놓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러한 사소한 소유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소유를 통해서 큰 사랑의 욕구를 채워가는 것이다. 작은 고삐를 채워서 길들이면 후에 그보다 더 작은 고삐로 매어 놓아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어리석은 코끼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는 날마다 울타리를 친다. 문패도 여기저기 걸어놓으려 애를 쓴다. 그리하여 '내 것'이라 명명하며 소유를 드러내며 '내 땅'을 만들어 간다. 그것은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시에서 표현되었듯이 '부분이며 전체'라 할 것이다. 그러한 작은 것들이 나라는 자아를 이루고 나의 사랑을 대신하는 물증이며, 내 영역의 증표가 된다. 그러므로 나의 사소함은 사소함으로 끝나지 않고 전체를 대표하는 것의 보증이며 전체를 움켜쥐고자 하는 욕망의 기표가 된다.
앞으로도 우리는 작은 것들을 갖고자 애를 쓸 것이다. 작고 사소한 것들을 소유하고자 아등바등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이 전체를 대표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은 울타리와 문패 하나가 나와 나의 사랑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만은 내 것이오, 그래 부디' 외치면서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채우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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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 시인. 문학평론가. 1994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불혹의 묵시록』, 평론집 『현대시, 그 오래된 미래』.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현재 홍익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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