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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신 인 문 학 상

2009 <시평> 가을호 신인 추천완료작/ 이해수

by 솔 체 2015. 2. 12.

비상(飛上) 외 2편

 

이해수

 

 

 

눈이 내린다. 가까이 주저앉은 하늘

막다른 길은 두터운 장막이 덮이고,

조명등 너머 불어오는 바람눈이

등짝을 후려치며 귀퉁이로 몰려든다

 

답장을 쓸어내리며 흔들리는 그림자

녹아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멀어졌다 돌아오는 바람에 기대

휘 휘 날아오르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걸음발 소리만

이 골목을 배회한다

 

나는 숨은 고양이, 두 눈이 길 언저리를 떠돌며

더 깊은 곳으로 숨어가는,

아무도 오지 않는 길에서 없는  길을 기웃거리며

쓰레기더미에 머리 그림자를 부빈다

 

바람은 바람대로

가는 눈은 눈이 가는대로

뒤섞여도 모이지 않는 이 지상의 바리케이드를

툭툭 부딪치며 날아보려는

검은 비닐봉지의 부스럭거림들

 

흔들린다 가라앉는다 바람의 부력에 떠밀려 간다

환한 바닥을 차올리며

빛과 바람과 눈발의 그림자로

담장을 넘어간다

 

 

덕적도 솔숲

 

 

수은등 하나 제 눈을 바다에 풀어놓고

낡은 선착장을 흔들고 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마다 벗겨진 비늘들

패어진 바닥이 꿈틀거린다

달빛에 물든 적송의 물결은 곧 부서질 듯

귓전으로 떨어져 깊어지고

나는 발이 뜨거워지도록

모래숲에 갇힌 파도소리를 듣는다

밤을 넘나들며 내가 새겨놓은 모래의 음표들은

또 누군가의 숨결을 빌려놓은 것인지,

달빛과 바람과 별들이 날리는

이 해변의 침묵 속, 눈을 떠도 고이는 어둠을

밤새 비비며 어딘지도 모르고 흘러다니는 것이다

돌산 능선이 바다에 누워 출렁이는 소리

손을 뻗으면 같이 누워 부를 것 같은 소리

어디까지 흘러야 가물거리는 수평선을 열고

바다의 살결을 만지작거릴 수 있을까

오래된 폐선이 모래에 묻혀 바다가 되어가는 밤

흘러가는 노래 몇 소절 허공 속에 뿌리고

누군가 먼저 와 흘리고 간

어둡고 뜨거운 심장의 소리를 천천히 불러본다

언젠가, 노래들이 길을 찾아 헤매일 때

가보지 못한 바다의 돌산을 기억한다면

별 뒤에 별들이 어둠을 비추고 있으리

 

 

밤의 화가

 -시

 

잠을 잘 수가 없다. 달의 창가에 누워

허공에 걸린 나의 그림을 본다

알몸의 저 살빛,

나는 눈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다

 

밤이면 그리고 덧칠하는 눈의 색칠 위에

딱딱하게 떨어지는 옷의 부스러기들

입을수록 벗겨지는 밤의 화선지 밑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내가 찾아 헤매었던 아름다운 선은

살과 살 사이에 있었으니

나의 그림은 모두 알몸이다

 

나는 이제야 벗는다

검은 창문에 나를 비추고

가슴과 엉덩이를 감춘다

 

점점 밝아오는 저 창의 빛,

손만 뻗으면 내 몸 일부도 밝아질까

숨만 쉬는 누드 앞에서

다리와 다리 사이로

멀어진 햇살이 보이고 있으니

 

 

* 이해수 시인

  서울 출생.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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