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연의 「콘체르토」감상 / 허수경
콘체르토
최하연
섬이 있다네, 섬과 교회가 있다네, 섬에는 우체국이 있고 좁은 길이 있고, 어둠 속에 숨은 달이 길의 끝을 자꾸만 늘이고 있다네,
바다는 끝내 수평선에 목을 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네,
뒤돌아보면 하나 이상의 하나가 자꾸만 따라온다네, 앞서 가지도 않으면서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섬의 하루는 달빛을 따라 바다로 나간다네,
오늘은 만선이었고, 만선 직전의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얼마나 더 가야, 그 섬에 닿을지, 얼마나 더 가야, 나는 섬 밖에서 섬을 바라볼 수 있는지, 누군가 모든 길들을 처음으로 되돌리고 있는데,
교회의 종탑은 순간 반짝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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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언젠가 지중해를 여행하던 지인이 보내준 엽서 한 장을 떠올렸다. 또 한편으로는 제주에서 글을 쓰느라 내려가 있던 벗의 고운 눈망울이 생각나기도 했다. '달빛을 따라 바다로 나가'는 섬의 하루.
지중해를 여행하던 지인이 보내준 엽서에는 백색의 돌로 지어진 집들과 유도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산등성이 골목들이 있었다. 사진인데도 그 엽서 안에서는 햇빛에 잘 익은 오렌지의 영혼이 담긴 노래 같은 게 들어있었다.
제주에서 글을 쓰던 벗의 눈망울은 아마도 글을 쓰는 동안 흥건히 젖어있었을 것이다. '얼마를 더 가야, 그 섬에 닿을지', 그러나 결국에는 '얼마나 더 가야, 섬 밖에서 섬을 바라볼'지를 사유하는 한 벗이 보낸 섬에서의 나날을 생각하며, 그 고독하고도 충만한 나날을 생각하며 '종탑이 순간 반짝'이는 것을 본 양, 나는 기분이 좋아져 휘파람을 분다.
허수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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