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 27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장원시
골목
정미경
먼지들이 창고를 점령했다
바겐세일의 끄트머리에서
상표 위에 상표가 덧입혀지고
가격들 자꾸만 하락한다
희미하게 줄이 선 바지들
근사한 외출 한번 못한 점퍼들
어둠의 치수를 재며
먼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한것들
옷걸이를 붙들고 있다
밖으로 몰려갔던 것들이 되돌아와
어둠을 켜켜이 껴입고 잠이든다
계절을 놓쳐버린 저것들은 또 한철
버텨야 한다
때론 유행을 놓쳐버리고
가격표가 반쯤 잘린 자루에 담긴다
오직 무게만이 몸값
제 값을 거품처럼 물고 있는
옷가지들 사이로
깃을 들어 올릴 때마다 묻어나는
활인된 슬픔의 무게들
이곳은 막다른 골목이고
나는 제철에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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