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에 휩쓸리다
임 윤
다들 파닥거리던 말문이 얼어붙어 꽁꽁 언 배꼽을 찾아 더듬거렸다 해오라기가 무딘 부리로 날갯죽지를 골랐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한 무리 뱁새들이 들판의 퀭한 얼굴에 점으로 박혔다 남쪽으로 사라진 울음소리가 이명으로 들렸다 누군가 혹독한 바람을 물어다 놓았지만 털갈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스모스에서 갈림길이 하늘거렸다 늙은 수탉은 마름모꼴 가장자리를 다급히 맴돌았다 발자국 위에 덧찍힌 족적이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가슴팍에선 가는 쇳소리만 새나왔다 편대를 이룬 철새 행렬이 지나간 뒤 물병자리에 구겨 넣으려 목을 힘껏 뺐다 마지막 울음 삼켰던 기억이 지워졌다 쉬-쉿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다
동물원에서 두루미 알을 부화시켰다 야생의 동족을 바라보며 우스꽝스런 날갯짓만 파닥거렸다 박명을 헤치며 겅중겅중 뛰어다닐 뿐이었다 녹슨 시간이 바람에 날렸다 달려오던 트럭에 처음으로 몇 미터 솟구쳤다 난생의 기억은 껍질만 남겼다 언제부턴가 시간마저 부화하는 그들을 아웃사이더라 불렀다
-<시에>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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