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애지>여름호 신인상 당선작 -박 정
숨바꼭질 외 4편
박 정
보이는 데로만 숨는 안 보이는 규칙이 있다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눈을 크게 뜨지 못하는
끝내 고개 내밀지 못하는
한낮의 얼어붙은 그림자
찾았다!는 외침의 벼랑으로 떨어지고 말아
머리카락도 옷자락도
모두 허우적대고 있다
훤히 보이는 곳에서 더 세계 박히는
길어진 장난
요리조리 잘 피해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수족관 속
근시의 눈으로 훔친 원시의 바람이 너무 멀다
앞발 휘휘 젓는 고양이 발바닥에 가린
애초부터 난 어둑한 술래다
바닥 친 부케
일요일 오후 웨딩타운 건물 앞에 부케 하나 떨어져 있다 꼭,
낭떠러지에서 놓친 신발 한짝처럼
메마른 웅덩이에 빠져 빼도박도 못하는 지난 밤 달처럼
들킬까봐 숨어 울던 울음 한 묶음처럼
꼭
거기서 멈춘 왁자지껄, 나비분처럼 점점이 날리고
두근거린 눈동자 플래시 안에 돌멩이처럼 굳히고
식상한 열대과일처럼 흰장갑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더 망가지기 전에 손톱을 바짝 세워
아직 선명한 비늘 달린 시간이야
분홍립스틱이 지워지지 않았다면
입맞춤은 차라리 박쥐와 함께
몸을 열어 질주의 현관을 닫아야지
무릎까지 빠지는 모래무덤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식 끝나자마자 어느새 바닥을 보고 만 아직은 순결한,
배를 접다
배를 접는다
앉은뱅이책상을 배꼽까지 끌어당겨
중심을 접는다
안은 안끼리
밖은 바깥끼리 닿아야
비로소 나타나는 형상
배를 접는 손끝에서 허밍으로 노래하는 파도가 스친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비상구만 찾아 헤매던 거품의 혀
이면지의 기우뚱한 문장들이 풀려나오고
어긋난 풍경들이 잘박잘박 바람을 탄다
저 멀리 정박해 있던 배에서부터
허공의 입술로 전해지는 고동소리, 투명하게 범람하고
천선*따라 슬며시 뱃머릴 돌리는 당신
늦도록 방바닥엔 물살의 질감으로 쌓이는
하얀 종이배들 부풀부풀 꽃을 피운다
배꼽에서부터 포물선으로 퍼지는 바다냄새
비릿하게 발가락이 다 젖을 때
지느러미 길어진 몸 밖으로 또다시
배 한 척 빠져나간다
옷장
옷장 문을 비츰 연다 쭈그려 앉아 있던 지난 계절이 와글와글 달려든다 순간 표창으로 던져져 박히는 어둔 바람의 무늬들 빛에 걸려 이불 속에 구겨져 있던 꽃송이가 납작납작 떨어진다 검붉은 얼룩, 깨진 시간의 조각들을 주섬주섬 선반에 올린다 어수선한 얼굴이며 늘어진 그림자 툭, 툭 떨궈낸 간편이 이룬 성! 침입자를 단숨에 포획한다 맞닿아 있던 가족의 어깨가 일순 편대를 이룬다 속수무책 나를 벗어던진 치마가 앞장서 지휘한다 불룩한 가방들이 뒤를 보며 몸을 날린다 풀어진 실밥 밑으로 겹겹이 접혀진 가슴, 기회를 엿봐 주머니 속 묵은 차표에 더 늦은 말을 부친다 구석구석 숨을 빨아들이는 허공, 먼지걸음으로 슬쩍 무릎을 가격한다 느닷없이 풀어지는 형상으로 이미 다리는 게임 끝 부피가 늘어난 냄새로 몸은 닫히지 않고... 얌전히 들어가 계세요 편히 쉴 수 있게 쾅 쾅 박아... 한 천 번 째 계절에 다시 열......
배드민턴
깃털이 빠지도록 날아볼까 일가족이 공원에 나와 몸을 날린다 팔이 꺾이고 다리가 풀리고 목이 비틀린다 비린 햇살에 눈이 감긴다 금을 넘어 주차장을 넘어 비약을 넘어 비슷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얼굴들 사이좋게 아웃을 나눈다 끈이 풀린다 날씨를 살피며 몰래 흩어지기도 한다 점점 무거운 그림자 퍼진다 형체에 속도가 붙는다 셔틀콕, 발음의 이미지로 새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진다 숲의 냄새가 가로등에 걸린다 정확히 포물선을 그리며 빨려드는 시간의 조종사들 죽을 만큼 쳐대는 다정함이 몸을 붕 ㅡ 뜨게 만든다 단단한 사각의 틀이 공중을 부양한다 감기처럼 쉽게 걸리는 관계의 스매싱! 관절들이 하나씩 비명을 내지를 때, 차례차례 네 개의 발로 날개를 접어 넣는다 뾰족뾰족 밥을 먹으러 간다 공들이 굴러가는 주말 오후
'신 인 문 학 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0 시와시학 신춘문예 당선작 (0) | 2015.03.31 |
|---|---|
| 2010년 봄호 <시와세계>신인 당선작- 양승림 (0) | 2015.03.30 |
| 2010년 시작 신인상 당선작 / 이선균 (0) | 2015.03.28 |
| 2010년 제21회 《현대시학》신인작품 당선작 _ 김성순 (0) | 2015.03.27 |
| 2010년「시문학」봄호 "신인우수작품상‘ 당선작 (0) | 2015.03.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