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옥의 「벽돌 한 장」감상 / 손택수
벽돌 한 장
배영옥
유모차 안에 갓난아기도 아니고
착착 쌓은 폐지꾸러미도 아닌,
벽돌 한 장 달랑 태우시고 가는 할머니
제 한 몸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무게가
벽돌 한 장의 무게라는 걸까
붉은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겨다니는 유모차 할머니
너무 가벼운 생은 뒤로 벌렁 넘어질 수 있다
한평생 남은 것이라곤 벽돌 한 장밖에 없다는 듯이
허리 한 번 펴고 더 굽어지는 할머니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고이고이 모셔 간다
————
배영옥(1966~) 1999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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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는 짐을 나르는 수레도 되고, 허리 무릎 아픈 할머니들의 물리치료용 보행기도 되고, 나 같은 짓궂은 사람을 만나면 시위도구도 된다. 유모차까지 시위를 한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지만, 벽돌 한 장이 효도를 하는 세상이라니! 위태로운 한 걸음 한 걸음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할머니를 지키는 저 벽돌에게 효자 정려문(旌閭門)이라도 세워줘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오늘도 방방곡곡 유모차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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