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의 「복어」감상/ 손택수
복어
이형기(1933∼2005)
복어는 늘 화를 내고 있다.
최근의 화는 아직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글부글 메탄가스처럼
그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복배가 튀어나온
만화 같은 불평분자
그러나 끓고 끓어서
청산가리 13배로 농축된 그 알맹이는
창자 속에 또는 피 속에 차갑게 간직된다.
사람들은 그 진짜는 질색이다.
세심한 주의로 모조리 제거하고
무해무득(無害無得)한 부분에만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속이 확 풀어진다니 천만다행이다.
겨우 술꾼들의
속이나 풀어주는 그 속은 아랑곳없는
이 인공의 국물 한 그릇,
오 형제여 위선의 독자여
어릴 때 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복어 대가리가
밤내 파란 인광을
뿜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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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유’라는 말이 있다. 복어가 절세미인 서시의 젖가슴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한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 아름다움이니 가히 치명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에도 인광을 내뿜어 밤을 증명하는 독. 소동파는 그 맛을 ‘죽음을 불사할 정도의 맛’이라고 극찬했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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