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의 「농담」감상 / 함민복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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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묵한 친구가 전화기를 잡고 수다를 떨었다. 전화기에 대고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편지를 썼다. 친구가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사랑을 하면 사소한 것도 소중해지나 보다. 아니 세상에서 사소한 것들 자체가 없어지나 보다. 마당으로 나가려 문을 열면 문에서 소리가 났다. 땅이 얼며 아래 문틀을 들어 올려 나는 소리였다. 깊은 밤 이웃집 사람들 잠이나 깨우는 건 아닌지 늘 걱정이었다. 땅이 풀리고 문에서 나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문을 열 때마다 뭔가 허전했다. 소리 내며 여닫힐 때 문은 더 치열하게 문이었던 것 같다. 쇠사슬을 감고 눈 위를 달릴 때 바퀴가 더 바퀴 같던 한파의 겨울. 그 겨울의 소리들이 퇴각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과 만난 음식 앞에서도 아파야 사랑이니, 사랑이여 너는 얼마나 크고 깊고 치열한 종소리인가.
함민복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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