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권의 「금호철화」감상 / 김기택
금호철화(金號鐵花)
조정권
아, 이 금호철화(金號鐵花)
어려운 식물이지요 쇠꽃을 피웁니다
이 선인장의 성깔을 잘 알지 못하면 키우지 말아야 합니다
콘도르가 사막의 하늘을 맴돌다가 급강하해 앉은 모습
골 깊고 진녹색의 단단한 몸체엔 솟구치고 뻗친 가시들
보세요, 화살촉처럼 무장하고 있어요
가시들은 원산지에서 지나가는 말의 편자까지도 뚫고 올라옵니다
조심하세요 손
이놈들은, 뿌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시가 생명이지요
숨을 가시로 쉽니다 가시가 부러지면 썩기 시작하지요
어찌나 지독한지 뿌리를 몽땅 잘라 삼년을 말려두었다가
모래에 다시 심으면, 서너 달이면 제 몸에서 스스로 새 뿌리를 내립니다
흙 나르는 수레바퀴에 구멍을 내는 것도 이놈들입니다
조심하세요, 가시가 살아있으니까
출전_ 시집『떠도는 몸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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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권 /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현대시학』등단. 시집『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시편』『하늘이불』『산정묘지』『신성한 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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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야간산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공기로 만든 가시 같더군요. 후드로 얼굴을 뒤집어썼는데도 바람 가시들이 올과 올 사이의 틈을 뚫고 찔러대더군요.
“한번 잠든 정신은 /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 깊은 휴식에서 깨어나지 못하리. / 하나의 형상 역시 /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산정묘지ㆍ1」)
가장 높은 것들이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는 「산정묘지」의 시인이 쓴 금호철화. 가시가 뿌리이고 줄기이고 생명인 금호철화. 뿌리가 견디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가시로 만든 선인장. 그 가시에서도 쇠의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늘 서릿발처럼 깨어있는 정신의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김기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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