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의 「원자폭탄 아름다운 원자폭탄」감상 / 이진명
원자폭탄 아름다운 원자폭탄
김기택 (1957 ~ )
전속력으로 앞만 보며 질주한다 뒤에서 쫓아오는 열과 폭풍 불타는 나무를 뚫고 부서지는 집을 뚫고 투명해진 내 살도 이윽고 뚫고 뼈만 쫓아오는 방사선 길거리에 내 뼈가 노출된다 노출된 내 뼈가 더 급하게 더 악착같이 달린다 달리다가 달리다가 뜬다 날아간다 날아가는 내 해골이 찬란한 섬광을 받으며 웃는다 이빨을 모두 드러내고 히히히 착하게 웃는다 이빨처럼 아가리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결코 그칠 수 없는 웃음을 웃는다 웃다가 녹는다 희디흰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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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게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원전 폭발과 유출되는 방사능 공포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일찍이 크고 잦은 지진 재해와 세계 최초 원자폭탄 피폭 체험을 한 일본의 시인들은 이에 관해 어떤 시를 썼을까 알고 싶다. 위 시는 22년 전에 쓰였다. 시인이 학생 때 원자폭탄의 성질과 방사능 피해에 대해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자세히 배운 적 있는데 그때 각인된 간접경험의 영상이 후에 시로 나타난 것이라 했다. ‘아름다운 원자폭탄’ ‘웃는다, 웃는다, 착하게’ 처럼 반어 표현으로써 방사능 피폭의 공포감을 조롱하며 그 파괴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역으로 작용시켰다. 창조와 파괴는 진리의 양면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그 양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받아들여야 하는 잔인한 시간에 와 있는 것 같다.
이진명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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