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복 효 근
겉보기엔 멀쩡한데
발이 빠져나간
구두 뒤축이 심하게 닳았다
보이지 않는 경사가 있다
보이는 몸이 그럴진대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마음의 경사여
구두 뒤축도 없는 마음의 기울기는
무엇이 보정(補正)해주나 또
뒷모습만 들켜주는 그 경사를 누가 보아주나
마지막 구두를 벗었을 때
생애의 기울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인가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어버릴 생이여, 비애여
닳은 구두 뒤축 덕분에 나는 지금 멀쩡하게 보일 뿐이다
-----------
복효근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좋 은 시 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 은 / 골목 안 (0) | 2017.08.10 |
---|---|
강 순 / 나를 씹는 껌 (0) | 2017.08.08 |
박형준 / 춤 (0) | 2017.07.29 |
박주택 / 시간의 육체에는 벌레가 산다 (0) | 2017.07.27 |
강윤후 / 옛 골목에서 (0) | 2017.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