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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 은 시 와 글

복 효 근 /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by 솔 체 2017. 8. 2.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복 효 근




겉보기엔 멀쩡한데
발이 빠져나간
구두 뒤축이 심하게 닳았다

보이지 않는 경사가 있다
보이는 몸이 그럴진대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마음의 경사여

구두 뒤축도 없는 마음의 기울기는
무엇이 보정(補正)해주나 또
뒷모습만 들켜주는 그 경사를 누가 보아주나

마지막 구두를 벗었을 때
생애의 기울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인가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어버릴 생이여, 비애여

닳은 구두 뒤축 덕분에 나는 지금 멀쩡하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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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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