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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함성호의 「절정」감상 / 윤성택

by 솔 체 2017. 9. 3.

함성호의 「절정」감상 / 윤성택

 

 

절정

 

   함성호

 

 

돌보지 않아도 피어나는구나

봄비 내리는 오후

절름발이 비둘기들의 초췌

물오른 어린잎들의

칼날 같은 끝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무화과의 달콤함

젖은 꽃잎의 부드러움

다시 보러갔던 그 산수유나무

 

글쎄,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무슨 소용인가

몸은 습관만 알아보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한곳에만 있네

 

젖을수록 더 붉고, 더 부드러운 꽃

너의 은밀함

덮쳐오는 물그림자처럼

치명적으로 하강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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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정에 이르는 풍경이 마음 속에서 짙어집니다.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주위 자연의 풍경을 돌아보게 될 때면 정말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싶습니다. 글쎄 세상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에 살아가는 우리는 또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문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꽃이 더 붉고 아름답듯, 지금 이 현실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너’의 느낌은 이렇게 도저히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윤성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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