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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고운 시 화 1

[스크랩] 폐병쟁이 내사내 / 허수경

by 솔 체 2014. 5. 29.

 

 

 

 

 

 

      폐병쟁이 내 사내
                      
                                                    
                                                     詩 / 허수경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 속 같아
                  내라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 주고 싶었네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
                  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 데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


                  어디 내 사내 뿐이랴

                   

                   

                   

                   

                                              음악 : Cassidy /  Song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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