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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박정대의 「디베르티멘토 」감상 / 권혁웅

by 솔 체 2018. 4. 19.

박정대의 「디베르티멘토 」감상 / 권혁웅

 

 

 


디베르티멘토

 


   박정대(1965~ )

 

 


창가에 앉아 있는 반가사유상을 보면 발바닥을 간질이고 싶어진다,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니 뒤통수에 뿔이 돋지

어두워지는 창가에 앉아 반가사유상 흉내를 내다보면 발바닥이 근질근질해진다, 아 누가 내 발바닥을 좀 간질여다오

술 마시고 싶은 저녁이다, 갸륵하게 어두워져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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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사유상은 동양판 ‘생각하는 사람’이다. 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오른 다리는 건들거리는 것도 같고, 반쯤 감은 눈과 배시시 웃는 입매는 홍조를 띤 것도 같다. 발바닥을 간질이면 꼰 다리를 풀고 깔깔 웃을까? 창가에 앉아 반가사유상 흉내를 내고 있는데 자꾸 발바닥이 근질근질하다. 나가서 술 마시고 싶다. 아, 못된 생각하면 뒤통수에 뿔이 돋는다고 했는데. 자꾸 이러면 반골이 되는데.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유머러스한 시가 한 편 나왔다. ‘디베르티멘토’는 ‘기분전환’이라는 뜻을 가진 짧고 경쾌한 기악곡이다. 간질간질하고 가벼운 노래다. 마침 주말도 시작되지 않는가? 날이 어두워지면, 한잔하고 싶은 생각으로 갸륵해질 거다. 참고로 말하면 이때의 ‘갸륵’은 ‘꺄르륵’의 준말이기도 하다. 끝내 발바닥을 간질였다는 얘기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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