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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윤제림의 「사랑 그 눈사태」감상 / 권혁웅

by 솔 체 2018. 3. 20.

윤제림의 「사랑 그 눈사태」감상 / 권혁웅

 

 

 

사랑 그 눈사태   

 


   윤제림(1959~ )



침 한번 삼키는 소리가

그리 클 줄이야 !

설산(雪山) 무너진다, 도망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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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안다. 시시포스의 바윗돌처럼 그가 모은 침 한 덩이는 무겁고 버겁다. 겨우 목구멍 너머로 넘기고 나면 또 다른 침이 어느새 혓바닥 아래로 굴러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티 나는 일인지 안다. 눈치 없는 두레박처럼 목젖이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걸 어떻게 들키지 않을 수 있겠나. 겨우 한 바가지 푸고 나면 이내 다음 바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시끄러운 일인지 안다. ‘꿀꺽’이라는 말에는 트림도 들고 딸꾹질도 들고 호흡곤란도 들었다. 겨우 철벅이며 한 모금 넘기고 나면 아예 장마철 저수지다. 그러니 사태가 날 수밖에. 도망칠 수밖에. 짧은 시에 중언부언이 길었다. 시가 너무 예뻐서 군침을 흘리고 말았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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