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림의 「사랑 그 눈사태」감상 / 권혁웅
사랑 그 눈사태
윤제림(1959~ )
침 한번 삼키는 소리가
그리 클 줄이야 !
설산(雪山) 무너진다, 도망쳐야겠다.
-----------------------------------------------------------------------------------------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안다. 시시포스의 바윗돌처럼 그가 모은 침 한 덩이는 무겁고 버겁다. 겨우 목구멍 너머로 넘기고 나면 또 다른 침이 어느새 혓바닥 아래로 굴러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티 나는 일인지 안다. 눈치 없는 두레박처럼 목젖이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걸 어떻게 들키지 않을 수 있겠나. 겨우 한 바가지 푸고 나면 이내 다음 바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침 한번 삼키는 게 얼마나 시끄러운 일인지 안다. ‘꿀꺽’이라는 말에는 트림도 들고 딸꾹질도 들고 호흡곤란도 들었다. 겨우 철벅이며 한 모금 넘기고 나면 아예 장마철 저수지다. 그러니 사태가 날 수밖에. 도망칠 수밖에. 짧은 시에 중언부언이 길었다. 시가 너무 예뻐서 군침을 흘리고 말았다.
권혁웅 (시인)
'문학 참고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정대의 「디베르티멘토 」감상 / 권혁웅 (0) | 2018.04.19 |
---|---|
성기완의 「당신의 텍스트 1 」감상 / 권혁웅 (0) | 2018.04.05 |
유홍준, 「저수지는 웃는다 」평설 / 홍일표 (0) | 2018.03.09 |
이영광의 「그늘 속의 탬버린」감상 / 권혁웅 (0) | 2018.03.01 |
홍신선의 「봄바람에게」감상 / 권혁웅 (0) | 2018.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