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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홍신선의 「봄바람에게」감상 / 권혁웅

by 솔 체 2018. 2. 10.

홍신선의 「봄바람에게」감상 / 권혁웅

 

 

봄바람에게   

 


 홍신선(1944~ )


이맘때가 되면
허공에서 뛰는 바람들에게도
암컷 수컷 따로 있어 암컷 떼 수컷 떼로 몰려다니는가
정말 4원소 과(科)에서
양성생식 과(科)로 단번에 과전환 시술했는가
서로 참혹하게 어르고들 뒹구는지 물고 빨고들 핥는지
해종일 흉골에서 늑골까지 우두둑우두둑 뼈 부러지는
괴성들 토해내는가
먼 황사 속 벗겨낸 침대 시트만 한
하늘 죽어 떠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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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옛날 바람은 물, 불, 흙과 함께 세상을 이루는 네 가지 재료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바람은 ‘황조가’의 그 누런 새들 같아서 암수 서로 정답기만 하구나. 춘정(春情)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예 19금(禁) 동영상을 찍는 바람도 있다. 어찌나 “서로 참혹하게 어르고들 뒹구는지 물고 빨고 핥는지” 서툰 접골사가 힘만 센 거 같아서, 여기저기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질펀한 황사가 침대에 흘린 누런 물 같다. 저 하늘은 ‘아이고 나 죽네’를 연발하다가 기어이 사망하시었다. 큰 시인의 해학이 하늘 전체를 ‘침대 시트’로 만들어 걸었구나. 거기에 몸 누이고 싶은 날들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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