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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이영광의 「그늘 속의 탬버린」감상 / 권혁웅

by 솔 체 2018. 3. 1.

이영광의 「그늘 속의 탬버린」감상 / 권혁웅

 

 

 

그늘 속의 탬버린   

 


    이영광(1965~ )


지금은 그늘이 널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넌 빛이야
빛날 수 없는 빛
견디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한 적 없는 독신
너는 예쁘지 아니, 슬프지
탬버린이 울 때까지 탬버린은 그치지 않고
여전히, 검은 눈을 뜨고 있는
흑백텔레비전
텔레비전
그늘은 결국 인간관계지
이것에 걸리기 위해 애썼다
너는 널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오래 같이 살까?
넌 함부로 죽었고
나는 눈물이 흐른다
화양연화 화양연화 화냥년아
너는 네가 괴롭다
금방이라도 그쳐버릴 것처럼
탬버린은 영원히 짤랑거린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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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탬버린. 노래방에서 넥타이 머리에 매고 고래고래 노래 부를 때, 우리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던 도우미. 지금은 10분 추가 서비스도 끝나고 미러볼도 더 이상 돌지 않는 캄캄한 방. 그늘 속에 놓인 탬버린은 버림 받은 사람 같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때(“화양연화”)는 갔다. 이제 너는 저 욕설(“화냥년아”) 속에서만 기억되는 아픈 사람이다. 이제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 너는 “금방이라도 그쳐버릴 것처럼” “영원히 짤랑”거리겠지. 너는 순간과 영원 사이의 저 착란 속에서만 있다. 그치기 위해서 짤랑대는, 그늘 속에 남겨지기 위해서 손에 들리는 운명이 너의 몫이다. 지나갔으나 지나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영원히 소멸을 향해 다가가지만, 끝내 소멸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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