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속의 밤
고원
다들 갔다.
다른 누가, 혹은 내가 쓰던
빈 술잔 깊숙이
어둠이 선뜻 들어와서는
연기로 변한다.
사방에 의자들이 펼쳐 있고,
술잔에서 밤이 나와
의자 새를 기어다니다가
꼭 달라붙은 채
내 등 위에 올라선다.
걸어다니는 저 병들을 헤치며
수학을 하는 환상의 소녀가
가까이 온다 ― 부풀면서,
소녀는 내 무릎 위에 앉아
빈 잔을 입으로 분다.
벽에 붙은, 산 그림
<싸바트의 마녀들>의
배와 엉덩이처럼 이제
생식력 있는 모든 공허가
부풀어오르고, 쌓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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