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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순애(純愛) / 김영태

by 솔 체 2019. 7. 25.

순애(純愛)
― 샤갈 화집(畵集)

김영태



연미복(燕尾服)을 입은
어린 염소가
불표 연탄공장 굴뚝 위로 날아간다
십구공탄(十九孔炭) 연기에도 그슬리지 않는
비단 수염을 달고
한 덩어리의
순결(純潔)이 날아간다
어린 염소는
몽롱하고 어진 눈에
색등(色燈)을 켜고
원숙(圓熟)한 허리는
기라성(綺羅星)의 꽃이 되는데
비단 수염을 단
마른 풀 속의 신랑(新郞)은
단말마(斷末魔)를 지른다
불표 연탄공장 굴뚝 위를
칠보 화관(七寶花冠)을 쓴
아내가 날아간다
색신(色身)의 비늘들이
기라성(綺羅星)에 부서지는
상 쟝의 인어(人魚)가 날아간다
불길한 창변에서 쥐어뜯는
신랑(新郞)의 단말마(斷末魔)는
염소의 어린 눈에
색등(色燈)을 켜는데
밝은 알몸의 명암(明暗) 속을
순애(純愛)의 피가 흐른다
한 덩어리의
순결(純潔)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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