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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석탄(石炭) /정공채

by 솔 체 2019. 7. 25.

석탄(石炭)

정공채



1
어쩌다 우리 인생(人生)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부두(埠頭)는 검은 무덤을 묘지(墓地)처럼 이루고

그 위로 바람은 흘러가고, 검은 바람이 흘러가고,
아래론 바닷물이 악우(惡友)처럼 속삭이고, 검은 물결이 나직이 속삭이고

어쩌다 우리 인생(人生)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2
억만년(億萬年)의 생성(生成)의 바람소리와
천만년(千萬年)의 변성(變成)의 파도소리와
하늘을 덮고 땅을 가린 원시림(原始林)의 아우성과
화산(火山)과 그때마다 구름같이 우우 달리던 둔한 동물(動物)들이
캄캄한 지층(地層)으로 지층으로 흘러온 뒤로
용암(熔岩)과 산맥(山脈)의 먼 먼 밑바닥에서
귀머거리 되고 눈머거리가 되고, 검은 침묵(沈默)에 죽었노라
검은 침묵(沈默)에 생성(生成0하는 꽃이었노라.

3
출발(出發)을 앞둔 부두(埠頭)가나
마지막 여낭(旅囊)을 둔 종착역(終着驛)에서
사랑이여, 당신도 딸기밭.
나도 빠알간 불타는 딸기밭.

당신이 나를 태우던 불타는 도가니에
내가 당신을 태우니까

우리가 돌아갈 고향(故鄕)은
온통 딸기밭으로 빨갛게 빨갛게 불타오르는

강렬(强烈)하게 딸기가 완전(完全)히 익는 끓는 밤― 연옥(煉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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