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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명시들

우수(憂愁) / 신기선

by 솔 체 2019. 7. 25.

우수(憂愁)

신기선



하나의 원소(元素)라 불러줄까.
세계(世界)의 어느 구석구석까지
낙엽(落葉)처럼 떨어져 쌓이는
하나의 원소(元素)라 불러줄까.

과학 책에도 없는 것이
이처럼 우주(宇宙)를 뒤덮고
소리도 없이 폭발(爆發)하는구나
뉴욕에도 명동(明洞)에도
서반아(西班牙)의 어느 외양간에도
과학 책에도 없는 것이
달빛을 타는 냄새를 내고 폭발하는구나.

H₂O 나
원자(原子)나
수소탄(水素彈)보다도 더 크게
우주(宇宙)의 체적(體積)을 병들게 한
이 원소(元素)를
뭐라 이름하면 좋겠는가.

ZERO씨! ZERO씨라고 할까.
센치멘탈 휴머니스트라고 할까.
사랑의 불꽃을 퍼내는
영혼(靈魂)의 분무기(噴霧器)라고 할까.
셀로판지로
거미줄을 싸서 먹은 뒷맛의 기호(記號)라고 할까.

과학 책에도 없는 것이
가을에도 겨울에도
머언 세계(世界)의 어느 세상(世上)에도
쉬임없이 낙엽(落葉)처럼 쌓이는
한 마리 새와 같은 우수(憂愁)를
무슨 원소(元素)라고
영원히 불러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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