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하의 「타인의 고통」감상 / 김연수
타인의 고통
박시하
별의 유언이
바닥에 내리는 것을 보았어요
푸드득 푸드득
붉은 나비들이 날아올라요
별의 주검이 하얀 날개를 토해요
사라지는 입들이
사라지는 이름을 자꾸만 불러요
사라지는 사람이
웅얼웅얼 바닥을 들어올려요
8월의 혀처럼 뜨거운
바닥이 등을 구부리고 언덕이 돼요
우린 붉은 언덕을 사랑하고
푸른 죽음을 사랑했지만
바람으로 바람을, 순간으로 순간을
말할 수 있을까요?
누가 타오르는 다섯 망루를
별의 높이에 세우려 하나요?
기도문이 손을 흔들며 입 안으로 들어가요
입이 몸 안에 맺혀요
우리의 무게를 꽉 다물어요
저 깃털 같은 입들이
—《창작과비평》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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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자리들은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는 것 같지요. 하지만 예전에는 하늘에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별자리들도 있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별자리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죠. 예를 들어 고양이 자리.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 랄랑드란 사람의 추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만, 지금은 사라졌어요.
또 다른 별자리로는 안티노우스 자리가 있습니다. 하드리안 황제의 연인으로 나일 강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진 황제를 구하고 대신 죽은 미소년입니다. 그를 기려 황제는 밤하늘에 그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지금은 별자리 목록에서 사라졌지요. 보이는 세상 뒤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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