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구성동」감상 / 이진명
구성동(九城洞)
정지용 (1902 ~ 1950)
골작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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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시다. 시의 장소가 된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고 한다. 금강산 못 가보았다. 가보고 온 이들은 꼭 가보라고 권한다. 회사 다닐 때는 책상 책꽂이에 써 붙여놓고 문득문득 그리며 머물다 오곤 했다. 적적하고 유현한 장소. 자발적 귀양의 장소. 그곳에 살리라. 고절과 고적이 소란히 소용돌이치는 곳. 거기에서는 뜻밖에 생기가 돌아 존재의 번짐 같은 춤이 일어나더라. 나도 모르는 죄 있는지 꽃도 귀양 사는 ‘구성동’을 지금도 컴퓨터 책상 앞에 써 붙여놓고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남몰래 찾아 들어가는 구성동 같은 구석 있으리라.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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