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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정지용의 「구성동」감상 / 이진명

by 솔 체 2016. 1. 16.

정지용의 「구성동」감상 / 이진명

 

 

구성동(九城洞)

 

  정지용 (1902 ~ 1950)

 

 

골작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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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시다. 시의 장소가 된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고 한다. 금강산 못 가보았다. 가보고 온 이들은 꼭 가보라고 권한다. 회사 다닐 때는 책상 책꽂이에 써 붙여놓고 문득문득 그리며 머물다 오곤 했다. 적적하고 유현한 장소. 자발적 귀양의 장소. 그곳에 살리라. 고절과 고적이 소란히 소용돌이치는 곳. 거기에서는 뜻밖에 생기가 돌아 존재의 번짐 같은 춤이 일어나더라. 나도 모르는 죄 있는지 꽃도 귀양 사는 ‘구성동’을 지금도 컴퓨터 책상 앞에 써 붙여놓고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남몰래 찾아 들어가는 구성동 같은 구석 있으리라.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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