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순의 「양 세 마리」감상 / 이진명
양 세 마리
박상순 (1961~)
풀밭에는 분홍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보고
안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풀밭에는 양 세 마리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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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놀고 있네요. 박자도 놀고, 숫자도 색깔도 놀아요. 온통 놀이. 풀밭, 분홍나무, 양은 초록, 분홍, 하양으로 색이 셋이고. 양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로 수가 세 개. 혹 셋이라는 수에 무슨 비밀이라도? 굵은 선이 지난다는 오른쪽 가슴도 수상해. 한 장 티셔츠 프린트된 그림 속 세계 빠른 리듬 치면서도 무척 정적이에요. 낱말들 색깔들 양들이 어리고 깨끗한 맛을 줘서일까요. 짧은 말 반복 변주에서 살짝 숨은 자폐의 외로움 엿볼 수 있죠. 생활세계가 삭제된 기호세계의 아름다움. 시인의 명민한 선택인 거죠.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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