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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참고서재

박상순의 「양 세 마리」감상 / 이진명

by 솔 체 2016. 3. 24.

박상순의 「양 세 마리」감상 / 이진명

 

양 세 마리

 

   박상순 (1961~)

 

 

풀밭에는 분홍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보고

안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풀밭에는 양 세 마리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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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가 놀고 있네요. 박자도 놀고, 숫자도 색깔도 놀아요. 온통 놀이. 풀밭, 분홍나무, 양은 초록, 분홍, 하양으로 색이 셋이고. 양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로 수가 세 개. 혹 셋이라는 수에 무슨 비밀이라도? 굵은 선이 지난다는 오른쪽 가슴도 수상해. 한 장 티셔츠 프린트된 그림 속 세계 빠른 리듬 치면서도 무척 정적이에요. 낱말들 색깔들 양들이 어리고 깨끗한 맛을 줘서일까요. 짧은 말 반복 변주에서 살짝 숨은 자폐의 외로움 엿볼 수 있죠. 생활세계가 삭제된 기호세계의 아름다움. 시인의 명민한 선택인 거죠.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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