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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비
좋 은 시 와 글

조용미 / 魚飛山

by 솔 체 2017. 10. 29.

魚飛山

조용미



물고기의 등에 산이 솟아올랐다
등에서 산이 솟아오른 물고기는 幀畵 속에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물고기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

탱화 속의 물고기를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커다란 산을 지고 물 속을 떠다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아도 등에 돋아난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魚飛山에 가면 물고기들이 날아다녔던 흔적을 볼 수 있을까
산에 가는 것을 미루다 물고기의 등을 뚫고 나온 산을 본다 물고기는 뼈를 삭여 제 몸 밖으로 산 하나를 밀어내었다

날아다니는 물고기가 되어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비가 쏟아져 내리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정에서 푸덕이며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萬魚山과 그 골짜기에 있는 절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일만 마리 물고기 떼의 적멸, 폭우가 쏟아지던 날 물고기들이 내는 장엄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만어사의 옛 스님은 열반에 들었을 것이다

탱화 속의 물고기와 어비산과 만어사가 내 어지러운 지도 위에 역삼각형으로 이어진다

등이 아파오고 남쪽 어디쯤이 폭우의 소식에 잠긴다 萬魚石 꿈틀거리고 눈물보다 뜨거운 빗방울은 화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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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 〈한길문학〉에 「청어는 가시가 많아」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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