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서
장옥관
또랑또랑 이응은 오른쪽 귀로 듣고
후득후득 각진 소리는 왼쪽 귀로 나눠 듣는다
그러면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는
무릎으로 들어야 하나?
한나절 물소리가 파낸 귓바퀴를 뜯어
물 위에 던져 놓으면
대접 속의 물이 소리치는 걸
도무지 들어본 적 없었다는 새삼스런 생각
그러나 저 각지고 둥근 소리란 기실
물의 옷 빌려 입은
돌의 마음
일만의 돌의 표정들이 빚어내는 갖가지
마음의 무늬
쓰고 신 매운 소리들이 녹고 녹아
긴 강의
깊푸른 침묵을 채우는구나
갈기 세워 달아나는 소리들을 쫓는 흰 포말(泡沫)은
차마 다 삼키지 못한 신음의 번역인가
불어터진 소리의 쌀알 앉힌
내 마음의 솥,
푸륵푸륵 식었다 끓었다 온종일 계곡에서
뜨건 밥물이 끓어 넘친다
-----------
장옥관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금 연못』 『바퀴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좋 은 시 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안나 / 스타킹 속의 세상 (0) | 2017.11.11 |
---|---|
김형술 / 텔레비전 광시곡 (0) | 2017.11.07 |
조용미 / 魚飛山 (0) | 2017.10.29 |
성선경 / 장진주사(將進酒辭) (0) | 2017.10.23 |
전연옥 / 멸치 (0) | 2017.10.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