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렬의 「불맛」감상 / 손택수
불맛
구광렬
어머닌 불맛을 안다고 하셨다
불간이 잘 배어야 음식은 맛있는 법이라며
여린 불, 센 불
소금 대신 불구멍으로 간을 맞추셨다
이 모두,
벼락에 구워진 들소의 안창살을 맛봤다던
네안데르탈인을 닮았었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후,
우리 집 음식은 갈수록 더 뜨거워져만 갔다
미각과 온각을 혼동하고 계시던 어머닌,
입천장이 훌러덩 벗겨지는 펄펄 끓는 곰국까지
싱겁다고 하셨다
그랬다, 그 즈음 당신 뱃속의 불길은
활활 요원(燎原)으로 번지고도 남음이 있었다
안방에서 속살 타는 냄새, 행랑까지 새나왔으며
습습한 날 그 냄샌, 낮은 개나리담장을 타고
삽작을 나섰다
그랬다, 그 즈음 어머닌
안동 간고등어보다 더 짤 것 같았던
당신 속살마저 싱거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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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에 구운 들소의 안창살 맛이라니! 독특한 미감을 지닌 아버지가 가신 뒤 그 깊은 상실감이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찾게 한 것이리라. 자신의 속살마저 싱거워하시는 어머니는 이제 온각마저 잃고 벼락을 품던 들소처럼 자신을 다 내어주고자 한다. 짜디짠, 불에 조린 이 그리움을 누가 맛볼 것인가.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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